차례
- 프롤로그
- 조향장치
- 삼보컴퓨터
- 명예퇴직
- 아이들의 스키장
- 에필로그
대학 4학년을 늦은 나이에 어렵게 마치고 잠깐의 2달이 주어졌다. 그 2달 동안 나는 무슨 일이든 해야 했고, 동생의 소개로 안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직업소개소에 갔고, 거기에 자동차 조향장치를 만드는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안산은 서울 밑에 있는 도시로 많은 공장이 밀집되어 있다. 그만큼 취직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고,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취직도 간단하고, 퇴직도 간단했다. 나처럼 단기간 알바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적절한 곳이었다.
나는 조향장치가 무엇인지 몰랐으며 공장에 도착하여 아주 아주 쉬운 일하는 법을 배우고 당장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공장 안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이 있었는데 정규직 직원들은 말하자면 숙련공이었다. 여튼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맡은 업무는 아주 간단했다. 조향장치 완성품이 나오기 직전에 고무로 된 무엇인가를 끼워 넣으면 되는 것이었다. 아주 단순한 업무였고, 반복된 일이었다. 큰 실수가 나기도 어려운 것이었다. 나는 일이 마음에 들었고, 기계가 된 것처럼 일을 했다.
공장 안의 기계처럼 반복된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야간 업무를 맡았는데 그 이유는 돈을 더 벌기 떄문이었다. 저녁 5시나 되면 출근을 하고 새벽 7시가 되면 퇴근을 했다. 회사 앞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회사 버스가 운행을 했고, 사람들은 일제히 나와 버스를 타고 피곤한 몸을 퇴근시켰다.
아무래도 회사버스이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을 계속 만난다. 나와 함께 자주 출근했던 아저씨가 한 분이 계셨다. 나는 그 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은 작년까지 삼보컴퓨터에서 임원으로 일을 하셨다고 했다. 당시에 삼보컴퓨터가 거의 망했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었고 40대에 나와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공장이었고, 그 아저씨는 나보다 몇 배는 더 일을 많이 하였다. 당시에 한창 불었던 명예퇴직이 자신에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임원이었으므로 월급도 많았고 생활도 그에 맞게 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월급이 사라졌는데 한순간에 생활 수준을 낮출 수 없다고 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자연적으로 회사는 인원을 감축한다. 그러다보면 평생 직장인 줄 알았던 곳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기도 한다. 그 아저씨도 숙명으로 받아들였으나 그것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되다보니 처음에는 너무 힘이 들었다고 했다. 사십이 넘은 나이에 다시 회사 밖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저씨의 아이들은 두 명이었는데 모두 초등학생으로 한창 자라나는 때였다. 아버지가 대기업 임원이니 모자란 것이 무엇이었겠는가. 매년 겨울이 되면 스키장에 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고, 그 해 겨울에도 스키장에 가자고 하였다. 그런데 아저씨에게는 그 스키장 비용이 전에는 부담이 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너무나 버거운 것이 되어 버렸고, 아이들은 아버지가 회사에서 나온 것을 알 리가 없었다.
아저씨는 쉬는 날이 없이 일을 했는데 그렇게 하면 더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주에 스키장을 가야 하는데 당장 그 부담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며 한숨을 쉬었다.
나쁜 일은 누구에게나 오고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누군가가 원치 않은 퇴직을 당한다. 슬픈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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